7인의 봄
김종규, 류장복, 박현주, 신선미, 윤기원, 정상곤, 주태석
전시기간 : 2025. 3. 21 ~ 4. 11
신촌로 129, 아트레온 B1
작가 노트
김종규
나는 삶의 곁에서 발견한 소박한 자연에서 휴식을 구한다. 작은 숲 속에서 발견한 나뭇가지들의 소리가 나에게 주는 기쁨을 찾아서 그 곁을 맴돌며 휴식을 구한다. 하루가 다되고 이 작은 숲의 찬란한 색들이 석양으로 인해 탈색될 때, 이것은 내게 또 다른 인상으로 다가온다. 부피가 빠진 만큼이나 더욱 분명해 지는 나무의 실루엣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명징해지고, 그것은 이내 내면의 숲으로 다시 자라난다. 처음 만났던 나무들의 다양한 음향들은 선이 만드는 하나의 것으로 정제된다. 선으로 남겨진 세계에서 발견하는 하나의 담백한 음향을 담아내기 위해서 나는 나무들을 그림으로 옮겨간다. 순백의 표면 위에 그려진 깨끗한 선들로 구성된 진실된 세계. 이제 하얀 비단은 맑은 하늘이 되고 날 선 획은 명백한 먹빛의 세계를 담는다. 나무의 형상들은 여전히 남겨졌으나 압축된 이 자연을 고요히 바라본다.
감추어진 세계는 현실의 것과는 다르다. 세밀한 형상이 담긴 무색의 풍경은 현실에서 한발 물러서고, 사유의 여백을 만든다. 사실적인 그림이면서 동시에 사유의 차원에 접근하기 위해, 나는 진한 농묵으로 무수한 획을 긋는다. 나무의 실루엣과 여러 겹으로 겹쳐진 이파리와 세밀한 가지들을 따라서 수많은 필획들이 존재를 쫓아 지나가고, 결국 세밀함을 지니면서도 동시에 정제된 새로운 세계를 형성한다. 나무의 형상은 실제 대상을 보는 것을 초월하여 더욱 사실적으로 묘사되어있지만, 나무의 구조, 색감이나 원근감은 모두 사라지고 진한 먹빛 안에 감추어져 있다. 이처럼 한발 물러섰다가 다시 발견되는 세계는 소박한 놀라움을 만들어 낸다. 실루엣만이 남겨진 세계, 평면적이고 압축된 이 세계는 우리의 바쁜 마음이 쉬다 갈 사색의 숲으로 다시 자라난다. 나는 이와 같이 그려진 마음의 숲길에서 또 한번 서성여본다.
류장복
MENTOMORI, CARPEDIEM_oil on linen_116.8x91cm_2021, 24
손바닥 앞마당에 불두화가 활짝 피는 봄이면 두 단어가 떠오른다. 메멘토모리, 카르페디엠! '언젠가 죽는다는 걸 명심하고 지금 이 순간을 기쁨으로 채워라.'(21.4.6)
두 아이가_charcoal, acrylic on linen_116.8×91cm_2022, 24
기꺼이 자연으로 속하는 두 아이가 허공을 차오르자 온통 겨자 빛깔이다.(22.3.21)
꽃이 피니 봄이 오네_gouache, acrylic, oil on linen_45.5x45.5cm_2022, 23
거들먹거리는 저 꼬락서니를 보소. 허구한 날 울화가 치민다. 주야장천 화에 휩싸여 숨쉬기가 힘들 지경이다. 삭히고 또 삭혀 깊은 한숨으로 수레바퀴라도 굴릴 듯이 마음을 다잡아 봄의 한가운데로 치솟는 홍매의 붉은 기운에 몸을 맡겨 둔다. (22.3.29)
봄이 오겠지_korean ink, acrylic on linen_45.5x45.5cm_2025
겨우내 잎사귀 한 장 매달지 않는다, 죽었을까? 공기를 바위처럼 밀고 나간 힘찬 기운이 여전한데, 이제 겨울바람이 한층 부드러운데. 보다 못해 붓 끝에 꽃망울을 매단다. 성미 급한 꽃송이가 꽃잎을 펴는가 싶더니 어느새 몸을 던져 날고 있다. 봄이 오겠지? (25.3.3)
박현주
▪︎ 화지(畵地) 란 작품의 바탕지 (ground) 를 가리킨다. 그림은 단순한 평면이 아니라, 층을 이루는 물질적 복합체로 볼 수 있는데, 이것을 회화재료학에서는 “회화의 중층구조” 라고 한다.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을 일구는 과정과도 닮아 있는 캔버스 바탕 작업은, 생천에 아교칠을 올리는 과정부터 시작하는데, 작업에 있어서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이 바탕지는, 물과 물감이 매우 잘 흡수되는 성질을 띠는 수성지에 해당한다. 물과 양분, 그리고 햇빛을 받아들여 생명체를 움트게 하는 자연의 섭리를 떠올리면서, 땅에 씨앗을 뿌려 곡식을 거두듯이 캔버스에 색을 뿌려 빛을 거두기를 기대 한다. 추운 겨우내 잠자고 있던 생명체에 빛을 불어넣어 찬란한 봄의 햇살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을 기다리는 것이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고 있는 작업이랄까.(2025,3)
신선미
사랑, 그날의 기억 <Once upon a time>
오래된 옛 그림엔 그날의 일들이 기록되어있다.
그 순간을 엿보듯 긴장되고, 돌아갈 수 없기에 아련하다.
곱고 정갈한 그날의 색을 한지 위에 물들여본다.
윤기원
살아가다보면 많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그 만남 속에서 또 다른 삶을 경험하게 되고 그 경험을 토대로 난 한 단계씩 나아간다. 내 그림 속에 비춰지는 인물들은 나하고 관계된 사람들이다. 내가 좋아 하는 사람, 내가 사랑한 사람, 나의 우상 등.. 그들과의 만남은 어쩌면 나하고의 인연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 인연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내가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들을 표현한다. 내가 음악을 잘했다면 당연히 음악으로 그들을 표현했겠지만, 난 그림을 그린다. 내가 할 수 있는 표현 방식은 그림이다.
그림으로 그들과 대화를 나누길 원한다. 그림 안에 있는 그들은 이미 지나가 버린 그들의 과거이다. 나를 만나고 지나쳤던 그런 과거 속에 그들의 삶이 있고 그들의 역사가 존재한다. 그 역사와 그 삶은 나하고 관계된 인연이라는 굴레 속에서 또 다른 역사를 만들고 그 역사는 다시 한번 다른 이의 역사가 된다.
정상곤
이른 봄 ‘시간이 시계보다 더 빠르게 흐른다’는 어구와 함께 ‘봄의 질주’ 드로잉과 페인팅 연작을 시작하였다. 세월의 빠름을 반영하는 것으로 느끼고 있던 새싹이 돋아나는 나무들, 작업실 식물들, 인근 들과 산에 피는 이른 꽃들의 모습을 무중력 상태의 빠른 필치로 표현하게 되었다.
약간의 시간과 공간의 간극을 가지고 판화 작업을 시작하였는데, 5월 미국 네바다주의 사막에서 보았던 무채색에 가까운 회청록 식물들과 붉은 모래, 작은 돌멩이들이 박혀있는 화석같은 바위들을 보았다. 목판화(나무의 결이 살아있는 합판 위에 나무와 식물의 모습을 새기는 목판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시간의 생략과 압축’의 개념이 들어오게 되었다.
주태석
그림에 있어서의 주제는 그것이 어떠한 것이든 회화적으로 소화시키는 동시에 우리의 의식 밖에 있는 평범한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포착하여 우리의 눈을 뜨게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자연'의 모습과 이를 포착해서 화면으로 옮기는 과정은 자연을 아주 부자연스럽게 만드는 아이러니를 갖게 한다.
묘사를 하면 할수록 멀어지고 다가가면 다가 갈수록 아득해지는 자연의 실체이다. 자연의 한 단면 묘사가 아닌 자연의 느낌을 포괄적인 이미지로 형상화 시키려는 내 노력은 결국 아주 부자연스러운 요식 행위를 강요한다. 살아 숨 쉬며 움직이는 자연의 모습을 순간적으로 포착하여 그냥 스쳐가듯 자연스러운 형상으로 나타내고자 하는 것은,어쩌면 지금 눈앞에서 보는 자연보다는 관념적인 자연의 모습이 더 자연스러워 보일 때가 많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작품
김종규_Part of Memory_비단에 수묵_77.2×119cm_2024
김종규_Part of Memory_비단에 수묵_77.2×119cm_2024
김종규_Part of Memory_비단에 수묵_77.3×118cm_2023
김종규_Part of Memory_비단에 수묵_77.3×118cm_2023
류장복_꽃이 피니 봄이 오네_gouache, acrylic, oil on linen_45.5x45.5cm_2022, 23
류장복_꽃이 피니 봄이 오네_gouache, acrylic, oil on linen_45.5x45.5cm_2022, 23
류장복_봄이 오겠지_korean ink, acrylic on linen_45.5x45.5cm_2025
류장복_봄이 오겠지_korean ink, acrylic on linen_45.5x45.5cm_2025
류장복_MENTOMORI, CARPEDIEM_oil on linen_116.8x91cm_2021, 2
류장복_MENTOMORI, CARPEDIEM_oil on linen_116.8x91cm_2021, 2
류장복_두 아이가_116.8×91cm_charcoal, acrylic on linen_2022, 24
류장복_두 아이가_116.8×91cm_charcoal, acrylic on linen_2022, 24
박현주_빛그림(Vitgrim)-0724_40.9x31.8cm_Pigment,tempera on canvas_2024
박현주_빛그림(Vitgrim)-0724_40.9x31.8cm_Pigment,tempera on canvas_2024
박현주_빛그림(Vitgrim)-0824_40.9x31.8cm_Pigment,tempera on canvas_2024
박현주_빛그림(Vitgrim)-0824_40.9x31.8cm_Pigment,tempera on canvas_2024
박현주_Light Between 29_116.8×91.0cm_pigment, glue, gold-leaf on canvas_2022
박현주_Light Between 29_116.8×91.0cm_pigment, glue, gold-leaf on canvas_2022
박현주_Light Monad(LM5-9)_120×100×15cm(whd)_acrylic, wood panel, gold-leaf_2017
박현주_Light Monad(LM5-9)_120×100×15cm(whd)_acrylic, wood panel, gold-leaf_2017
신선미_덕혜_3 97.5x81.5cm_장지에 채색_2024
신선미_덕혜_3 97.5x81.5cm_장지에 채색_2024
신선미_First love_43x66.5cm_장지에 채색_2023
신선미_First love_43x66.5cm_장지에 채색_2023
신선미_once upon a time_28x55cm_장지에 채색_2023
신선미_once upon a time_28x55cm_장지에 채색_2023
신선미_once upon a time2_47x110cm_장지에 채색 _2023
신선미_once upon a time2_47x110cm_장지에 채색 _2023
신선미_once upon a time3_57.5x34cm_장지에 채색_2023
신선미_once upon a time3_57.5x34cm_장지에 채색_2023
윤기원_푸른바람의 속삭임_91x116.8cm_acrylic on canvas_2025
윤기원_푸른바람의 속삭임_91x116.8cm_acrylic on canvas_2025
윤기원_Pink lips_91x116.8cm_acrylic on canvas_2025
윤기원_Pink lips_91x116.8cm_acrylic on canvas_2025
윤기원_PINK_27x27cm_acrylic on canvas_2024
윤기원_PINK_27x27cm_acrylic on canvas_2024
윤기원_Yellow Green sunglass_27x27cm_acrylic on canvas_2024
윤기원_Yellow Green sunglass_27x27cm_acrylic on canvas_2024
정상곤_풍경 그림자 III_92x60cm_Wood laser engraving_2024
정상곤_풍경 그림자 III_92x60cm_Wood laser engraving_2024
정상곤_풍경 그림자_92x60cm_Wood laser engraving_2024
정상곤_풍경 그림자_92x60cm_Wood laser engraving_2024
정상곤_Time lapse-5월의 달_30x30cm_Woodcut, chine-collé_2024
정상곤_Time lapse-5월의 달_30x30cm_Woodcut, chine-collé_2024
정상곤_봄-5월_30x30cm_Wood laser engraving_2024
정상곤_봄-5월_30x30cm_Wood laser engraving_2024
주태석_Nature·Image_120x60cm_Acrylic on Canvas_2019
주태석_Nature·Image_120x60cm_Acrylic on Canvas_2019
주태석_Nature·Image_120x60cm_Acrylic on Canvas_2025
주태석_Nature·Image_120x60cm_Acrylic on Canvas_2025
주태석_Nature -image_53x45.5cm_Acrylic on Canvas_2025
주태석_Nature -image_53x45.5cm_Acrylic on Canvas_2025
주태석_Nature -image_53x45.5cm_Acrylic on Canvas_2025
주태석_Nature -image_53x45.5cm_Acrylic on Canvas_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