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의 봄


이미연, 이민주, 이은숙, 장양희, 진민욱, 최윤정, 최인호

전시기간 : 2026. 3. 28 ~ 4. 18

신촌로 129, 아트레온 B1,2 

작가 노트 & 평론


  

이미연

반복의 시간

다시 봄이다. 

‘다시’라고 쓴 것처럼 우주의 질서 속에 주어진  반복적인 계절의 현상이라고 생각하지만 

변함없이 찾아온 봄이 새롭고 반갑게 느껴지는 것은 풍성한 빛과 색을 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봄에 뛰어든 것이 아니라 

봄이 우리에게 찾아와 주었고 

지난 겨울의 추위를 잊게 하는 온기를 주기에 

다시 활동의 원기를 찾을 수 있는게 아닐까? 반복되는 우주의 질서 속에.

그래, 50 년 이상 긋고 칠해온 붓을 

다시 반복하여 움직여 본다. 




이민주

空(공)의 共鳴(공명)

나는 “空의 共鳴( Resonance of the Void)”주제로 현대인의 비어있는 의식 속에서도  서로 공명하고 파장을 교류하며 자연과의 생명의 줄을 영속시켜나가는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상호 응시하는 것들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시공간에서의 편린들을 나만의 독특한 “共鳴筆線공명필선”으로 쳐낸  작품들이다. 화면속의 원들은 공이며 우주면서도  달이 될수도 있고 비움의 상징일수도 있다. 또한 강렬한 그림자들은 강한 빛을 통한 미래의 희망을 암시하기도 한다.

한국화에 기반을 둔 작가로서 미국 버몬트 스튜디오, 네덜란드 스탠드 스튜디오, 한국 국립현대미술관이 운영하는 창동스튜디오 레지던스 작가로 선정되어 작가활동과 전시를 이어갔고 5대륙에서 전시하면서 예술영역을 넓혀오고 있다.

특히 스위스와는 이십여년간  아트페어에 참여하면서 작품을 알려오고 있으며 인도와는 이십여년간 교류전과 아트캠프에 참여하면서 양국간의 문화를 교류하는데 크게 이바지해 오고 있다.

“저 세상에서 들려오는 요정의 소리를 들으며 자연의 빛과 공명하며 그어진 선과 색으로 화면을 채운다.

우주로부터 전달된 나의 “共鳴筆線공명필선”으로 그어진 작품들은 5대륙의 관객들과 파장을 교류하며 이십여년간 공명을 일으켜오고 있다. 한국의 전통적 미학을 현대적  감성으로 해석한  작품들은 카오스로 시작되어 우주를 떠돌다가 이제는 어느 시공간에서 시적인 형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공의 공명은 계속 진행될 것이다...“



이은숙

나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시간성’에 대하여 초점을 두고 작업을 해왔다.

경주 박물관에서 본 불교의 감지 위의 사경이나 미국과 유럽의 여러 미술관에서 본 르네상스 시대의 종교화: 이콘 성상화에서 사용된 황금색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귀하게 여겨 고대부터 지금까지 성인이나 경서에 사용되어 왔을 뿐 아니라 동시에 황금을 쫒던 인간의 탐욕과 속물근성의 표상이기도 했다. 

2000년에 들어서 검정 바탕의 색한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된 연유는 작업실을 오가며 보게 된 칠흑 같은 밤하늘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며, 별빛 대신에 거대한 빌딩 숲을 덮은 도시의 네온 불빛 색을 금빛으로 표현하였다. 금빛의 형상은 사람의 희로애락을 담은 표정들과 인간의 형상, 때론 사물의 형상을 함축하고 있다.

노랑 빛 한지 위에 검은 먹 빛의 돌을 표현한 반려석(Pet Rock)은 현대생활에서의 스트레스 완화, 마음의 안정, 명상 보조 수단의 돌이나 광물 등 자연물을 ‘감정적 동반자’로 여기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속도에 함몰되어 출구를 찾을 수 없는 인간과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일필휘지로 함축적인 표현을 하였다.


<평론글>

기운(氣韻)의 응답  

우리는 오래된 집의 벽이나 천장 또는 마루바닥의 얼룩과 흠자국을 응시하는 가운데 여러 가지 자연현상을 떠올리게 된다. 여름날 하늘에 피어오르는 구름의 모양을 통해서도 갖가지 형상을 유추해낸다. 이렇게 연상되고 유추된 형상은 어디까지나 가상에 지나지 않는 상상의 분비물일 뿐이다. 특히 자연현상을 인간사로 비유해 보거나 인간사를 자연현상에 대위 시켜보는 인식작용은 동양인들에게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바 그것은 자연과 인간을 개별로서보다 동일체로 보려는 동양의 자연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은숙이 선택하는 모티브는 인간이다. 그는 10년 가까이 인간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지속해 오고 있는 편이다. 최근 그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신체 가운데서도 가장 표정이 풍부한 얼굴이다. 그러나, 얼굴은 신체의 부위로서 선택되지 않는다. 한결같이 해체되고 평면화되고 있다. 눈, 코, 입술 등 얼굴 정면을 클로즈업시키던가, 눈, 코, 입이 드러난 실루엣으로 처리되던가이다. 얼굴이 해체되고 평면화되었다는 것은 이미 대상성으로서의 얼굴을 지양한 것이 된다. 거기에는 얼굴로서의 현상만이 가까스로 남아날 뿐이지 구체적인 형상으로서의 얼굴은 찾아볼 수가 없다. 실체가 관념으로 탈바꿈된다고 할까. 그러기에 그의 화면은 어떤 대상을 떠올리기보다 필선의 자적으로서 표현의 자립성을 부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구체적인 형상에서 출발하지만 종내는 순수한 추상의 경지를 보이는 것으로서 말이다. 

 사실 그러면서도 그의 필선과 그 자적을 따라가다 보면 거기 풍부한 연상작용을 이끌어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오랜 고목의 등걸을 보는 느낌도 있고, 벼랑의 거친 암벽을 떠올리게도 된다. 급히 솟아지는 계곡의 물을 연상하게도 하고 오랜 풍상에 씻겨 마멸되어 가는 마애불을 보고 있는 착각을 갖기도 한다. 그것들은 고착되지 않고 끊임없이 유동하면서 상상이 상상을 유도하고 형상이 형상을 창조한다.

  동양화에서는 사물을 준(皴)이라는 주름살로 그 윤곽을 묘사하였다. 명암에 의해 대상을 파악해 들어간 서양의 방법과는 다른 접근법이다. 아무래도 이런 접근법이 가능했던 것은 모필과 모필에 의한 필선에서 기인되었음이 분명하다. 그런 만큼 필의는 단순한 묘사의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 작동의 필연성을 함축하게 된다. 동양화가 애초에 풍부한 추상성을 내포한다는 요인이 여기에 있다. 화법의 첫머리에 기운생동을 놓은 이유를 간파케 한다.

  이은숙의 화면은 뿌옇게 비가 뿌리는, 또는 안개 자욱한 대기를 연상케 하는 선염의 그것과 일정하게 채색된 바탕(담묵으로 염색하던가 아니면 오리나무 열매로 염색하던가하는 여러 방법이 동원된다.) 위에 격렬한 필선의 자국을 보이는 것으로 대별된다. 때로는 이 두 화면 분위기가 하나의 화면으로 수렴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대비적으로 배열되어 변화를 유도하기도 한다. 앞서 이야기한 <만월>은 주로 선염에 의한 표현으로, <불두>는 필선에 의한 표현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어머니 자궁에서 자라나는 잉태된 생명체는 불투명한 선염으로, 늙은 농부의 얼굴 속에 떠오르는 세월의 무게는 거친 운필에 의해 구현된다. 그러면서도 이것들이 단위적인 사물이나 형상의 단면이 아니라 자연 속에 편재하는 기운의 응답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도달하게 된다. 결국 그가 그리고 있는 것은 자연 속에 내재한 기운이지 그 결과로서의 형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동양의 예술이 지향하고 있는 것을 그는 또다른 방식으로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_오광수 (국립 현대 미술관장)



장양희

나는 ‘새김(Engraving)’이라는 방법을 이용하여 흔적으로 이루어진 존재인 인간을 그려내, 인간 실존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인간은 타자와의 상호 관계 속에서 고정된 의미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로 채워지거나 의미가 상실되는 과정을 통해 주체가 형성되는 존재이다. 여기서 ‘타자’는 인간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관념과 인식 등 인간 외의 모든 유·무형의 존재를 포함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시간이 축적된 대표적인 공간인 자연을 배경으로 인물을 새김으로써, 인간 존재가 타자의 흔적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드러내고자 한다. 즉 작업에서 자연 이미지는 단순히 인간이 놓여 있는 배경이 아니라 ‘타자의 세계’를 의미하며, 타자와의 관계성을 존재 방식으로 하는 인간에 대한 사유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이번 전시 〈7인의 봄〉에 출품한 작품들은 버드나무, 유채꽃, 갯무 등 봄의 풍경을 담고 있다. 겨울을 지나 변화가 시작되는 봄의 생명력이 드러나는 장면 위에 새겨진 인간의 모습을 통해, 계절의 흐름에 따라 축적되는 시간과 변화 속에서 인간 또한 그러한 시간들과 변화무쌍한 타자의 흔적을 지닌 존재임을 드러내고자 했다.

본인이 사용하는 주요 기법인 ‘레이저 인그레이빙(Laser Engraving)’은 간접 매체인 판화의 제판 기법을 응용하여 회화의 표면에 직접 적용한 방식으로, 작업의 내용과 형식을 긴밀하게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새김’이라는 물리적 행위는 작품의 표면에 실제의 층, 즉 겹(layer)을 만들어냄과 동시에 인간 존재와 타자 사이의 관계적 층위에 관한 내용을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종이 위에 얹어진 물감의 층을 태워 남긴 흔적으로 이루어진 인물 형상은 자연 이미지를 배경으로 부유하듯 떠 있다. 실체가 없는 듯 속이 텅 빈 인물의 형상에서 실존의 공허함과 무상함이 느껴지며, 타인과의 관계가 단절된 듯한 고립된 모습에서 고독의 정서가 드러난다. 더불어 기존의 텍스트를 긁어 지우고 그 위에 새로운 글을 덧쓴 양피지인 팔림프세스트가 서로 다른 텍스트들이 현존과 부재의 경계에 머문 채 공존하는 것처럼, 흔적으로 남은 비결정적인 인물 형상 역시 단일한 현재의 순간이 아닌, 현존하는 시간과 타자의 시간이 서로 교차함을 나타낸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인간 존재가 타자의 흔적으로 이루어진 비결정적이고 불확정적인 존재로서, 현존과 부재의 사이 어딘가에 놓여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처럼 자연과 인간, 시간과 흔적이 교차하는 장면들을 통해 수많은 타자의 흔적과 시간의 층으로 이루어진 인간 존재에 대해 사유하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진민욱

진민욱 작가는 이화여대 한국화전공 학사과정을 마치고 영국에서 사진과 일러스트 단기과정을 수료한후 북경에서 전통인물화를 도제식으로 공부하는 석사교육과정을 마치고 2009년에 귀국하였다. 귀국후 작가는 동아시아의 고전회화 기법과 구조연구를 토대로, 고전시가의 텍스트를 일상에서 관찰한 이미지를 재조합해서 그려내는 방법으로 시적 서사와 그 속에 숨은 감정을 상징적으로 그려내는 작업을 해왔다. 

작업초기 낙원을 상징하는 "상춘(常春)"의 이미지를 주변풍경에서 찾았던 이동시점풍경화를 수묵으로 종이에 그리던 작업은 점차 고전시의 문학적 표현에 주목하고 사적 추억과 감정을 덧입히는 실험적인 회화로 변화시켜 왔다. 

현재 주로 실크와 배접한 종이 위에 먹과 소뼈로 만든 동물성아교, 아라비아검, 카세인을 천연바인더로 만든 수제안료를 먹과 함께 사용해서 세밀한 묘사와 중채법과 배채법으로 그린다. 이를 작가는 비단의 반투명한 부드러움과 투박하게 안료를 머금는 한지의 물성적 특성을 활용하여 그 흔적을 담으려 노력한다. 

수 백년 전 고전시의 구절에서 화자의 감정을 읽어내고 그것을 오늘날의 풍경 속에서 다시 찾는 일은 작가에게 매우 중요한 작업적 단초가 된다. 이는 시와 그림이 분리되지 않았던 고전 동양화의 구조가 현대미술 안에서 어떤 정서적 역할을 할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평론글> 

전통과 현대의 유대라는 현대 한국화의 현실적 문제의식 속에서 그 대립적이고 이항적인 요소들은 연약한 대화(fragile dialogue)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진민욱의 화면 속의 고아하고 맑은 시정의 정취와 격조는 현실 속에서 잊혀진, 현실적 풍경의 뒤에 가려져 있는 나와 세계의 진실을 조용한 나레이션으로 상기시켜준다. 그가 걸으면서 마주한 실경이 시경이 되는 순간, 우리는 회화가 감각의 시간대를 뛰어넘어 역사 보다 더 철학적이고 심오한 경지에 도달해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 어떤 산책 아주 먼 시간의 나를 만나는>  @이건수 (미술평론가) 


진민욱은 가려져 있는 생생한 개인의 감정에 대한 『시경』의 문학적 표현에 주목하여 그것을 해석하고 사적 추억과 감정을 덧입혀 회화로 재현함으로써 사라져가는 것들을 애도하고 소외되어 가는 개인의 감정을 회복하는 작업을 펼친다. 이러한 그의 현대적 시의도는 형식적인 부분에서도 주목할 만 하다. 진민욱의 시의도는 책 형식(<유대>)과 비정형적 화면(산을 형상화한 듯한 <작은 은거>, 동산을 형상화한 듯한 <가시나무 꾀꼬리>, 두 개의 원으로 구성된 <토저(免罝)>), 병풍의 오브제적 특성을 반영한 변형 캔버스(<우리가 하나였을 때>, <삼막(三摹)>(2024), <동산>, <먼 들판에 울리는 사슴소리를 듣고>, <동산에서 돌아올 때>) 등 상당히 실험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 이는 작품 자체가 지닌 물질성을 인식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은폐되어 있거나 뒷면에 감추어져 있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더하여 비단 위에 묽게 희석한 안료를 여러 번 반복해서 채색함으로써 깊이감 있으면서도 은은하고 맑은 느낌이 감돌게 하는 표현 방식과 비단 고유의 투명한 물성을 활용한 겹비단 표현 방식은 슬픔, 죽음, 관계, 사랑 등 작가가 담아내고자 한 감정의 순수한 시각성을 증폭시킨다.  <그림이 된 시 : 시적감정의 회화적 변용 > @안진국 (미술평론가) 



최윤정

'Pop Kids' 시리즈는 겨울의 침묵을 깨고 만개하는 '봄'의 생명력처럼, 끊임없이 생성되고 분출되는 현대인의 욕망을 현재의 시점에서 포착한 기록이다. 나에게 봄은 단순히 반복되는 계절이 아니라, 새로운 자극에 반응하며 꿈틀거리는 희망이자 다시 시작하는 에너지의 상징이다. 얼어붙은 지표면을 뚫고 솟아나는 새싹처럼, 현대인은 미디어라는 거대한 토양 위에서 각자의 존재 방식을 꽃피우려 노력한다.

현대사회에서 미디어는 봄볕이 만물을 비추듯 우리 사고의 틀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우리는 스스로 욕망하기 이전에 미디어로부터 끊임없이 특정한 행동과 취향을 권유받고, 그 화려한 유혹에 이끌려 나를 재구성한다. 작품 속 '안경'은 이러한 인식의 프레임을 상징하는 장치다. 미디어가 각인시킨 특정 브랜드와 이슈는 우리의 시야를 규정하며 수용과 설득, 그리고 새로운 갈망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단순히 현상에 휩쓸리는 모습만을 담지 않는다. 때로는 미디어가 만든 이미지의 무비판적 수용에 주목하면서도, 동시에 개인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발산하는 모습에 집중한다. 이는 곧 현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 위한 준비를 하는 현대인의 존재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나는 팝키즈 시리즈를 통해 현대적 사고의 틀에 질문을 던지며, 때로는 진지한 성찰로, 때로는 봄날의 축제 같은 즐거움으로 내가 살아가는 이 시대를 캔버스 위에 피워내고자 한다.



최인호

‘7인의 봄’展에 참여하게 되었다.

봄은 내게 어쩌면 가장 어려운 계절일지 모른다.

내가 걸어왔던 여정과 삶이 그 계절과

닮아있지 않은 탓일테다.

테마전에 그닥 어울리는 작가는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그래도 노력을 많이 한 결과물이었으니

양해하시길 바란다.


2026. 3. 7

가평작업실에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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