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ACT 접경


류장복

전시기간 : 2026. 05. 29(금) ~ 06. 18(목)

신촌로 129, 아트레온 B1,2



작가노트



CONTACT 접경 


두 개의 세계가 있다. 하나는 오감이 생생하게 작동하는 '지각거리'의 세계고, 다른 하나는 언어의 그물망으로 건져낸 세계다. 지금 나는 언어의 바깥, 즉 지각세계 안에서 나의 모든 오감을 동원한다. 살갗에 닿는 세계와의 접촉면을 넓히고, 몸으로 실감하는 세계를 내 안으로 기꺼이 들인다. 그리하여 날것 그대로의 생생한 '지금'을 관통하며 절대적인 현존의 순간을 걸어간다.


지각거리에 따라 세계는 세 가지 층위로 펼쳐진다. 바로 접경(contact), 융경(low), 그리고 몰경(voic)이다. '접경'은 내 몸에 가장 가까운 곳에 머물고, '융경'은 흔들리는 빛 무더기의 한가운데로 스며들며, '몰경'은 저 멀리 아득한 허공에 출몰한다.


오늘 내가 좇는 것은 바로 '접경'의 살아 움직임이다.

접경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서양화의 근경(Foreground)보다 가까운 거리다. 너무 가까운 나머지 시각 대상의 윤곽은 초점에 잡히지 않고 흐릿해진다. 이 거리에서는 내가 대상을 일방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나와 대상은 '서로 보임을 당하는' 상호주체적인 관계에 놓인다.

접경은 나를 둘러싸고 있으며 나는 그 안에서 접경의 일부가 된다. 이는 비 오는 창밖을 오랫동안 내다보다가 어느새 내가 빗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착각에 빠지는 것과도 같다. 일종의 '자발적 오인'인 셈이다. 접경의 세계에서 모든 건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잔상으로 존재한다. 오직 살아있음의 흔적이자, 운동에너지 자체로 꿈틀거린다.


그렇기에 나는 생물의 '몸짓'을 그린다. 벌거벗은 몸뚱이를 그리고, 작은 바람에도 안달하며 흔들리는 백일홍을 그리며, 가만히 숨 쉬는 바위덩어리를 그린다.


언어의 테두리 바깥을 배회하는 움직거림 속에야말로 날것의 활기가 숨 쉬고 있다. 의미지향적인 깃발의 펄럭임을 좇는 몸짓이 있고 그 몸짓을 좇는 나의 붓질이 꿈틀거리지만 결코 그 의미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그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처럼 깃발의 나부낌 자체를 가리킬 뿐이다.


나는 시각뿐만 아니라 촉각, 청각, 후각, 미각을 모두 동원하는 공감각을 작동시킨다. 접경의 움직거림이 '그림'이라는 사건에 포섭될 때 화면 위에 운동에너지의 생생한 궤적이 그려진다. 시나브로 이미지가 증대되고 회화적 실감이 더해진다. 개념이 새로운 개념을 낳듯이, 화면 위에서 이미지는 또 다른 이미지로 자라난다.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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