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와 의식의 태도


서용인

전시기간 : 2026. 08. 21(금) ~ 09. 10(목)

신촌로 129, 아트레온 B1



작가노트



차이와 의식의 태도 



나는 사각형 그리기를 반복하면서 차이를 발생시키려는 나의 의식과, 그 차이로부터 얻어진 특이점을 하나의 형태로 고정하고 유지하려는 의식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하나의 방향은 변화를 향하고 있고, 다른 하나의 방향은 그 변화를 붙잡아 지속하려 한다. 그러나 이 두 태도는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의식 안에서 동시에 작동한다.
나는 이것을 실재 그 자체의 작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실재가 나의 신체와 시선, 도구와 의식을 통과하면서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의식의 태도에 가깝다.

차이는 의식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내가 차이를 감지하고 구별하는 순간, 그 차이는 하나의 특이점이 되고, 다시 하나의 형태와 의미로 고정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의식이 차이를 만들어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복되는 작업 속에서 나는 차이를 발생시키고 그것을 고정하려는 나 자신의 태도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내가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차이가 발생하는 과정 자체가 나의 의식적 의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차이를 만들고, 차이를 포착하고, 그 차이를 유지하려 한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차이를 찾는다. 이 과정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나는 질문하게 된다. 내가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인가, 아니면 사건 속에서 발생하는 차이를 내가 의식적으로 포착하고 있는 것인가.

이 질문은 차이를 없애지 않는다. 오히려 차이를 만들어내는 나 자신의 태도를 바라보게 한다. 차이는 의식의 작동을 통해 현실화되지만, 의식 역시 그 차이로부터 자신이 작동하는 방식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된다.

나는 이 지점에서 무의 각성을 경험한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무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나 의식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무는 의식이 더 이상 하나의 차이와 의미에 자신을 고정하지 않고, 자신이 차이를 만들어내고 의미를 붙잡는 방식 자체를 바라볼 수 있게 되는 상태이다. 따라서 무의 각성은 의식의 한계가 아니라 의식의 확장된 태도에 가깝다.
나는 이것을 들뢰즈가 말하는 잠재성의 구조와 동일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찾는 것은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새로운 구조나 또 다른 가능성의 세계가 아니다. 오히려 나는 내가 현실화된 사건과 차이를 경험하는 바로 그 순간, 그 경험에 개입하고 있는 나 자신의 존재 방식을 확인한다.

나는 사건의 외부에 있는 관찰자가 아니다. 나의 신체와 시선, 감각과 의식 역시 사건을 발생시키는 도구적 작동의 일부이다. 내가 차이를 발견하는 것도 사건의 일부이며, 그 차이를 하나의 이미지와 의미로 고정하려는 태도 역시 사건의 일부이다.
그러므로 내가 말하는 실존은 주체를 강화하는 인간 중심적 실존이 아니다. 오히려 탈주체적인 사건과 도구의 작동을 따라가면서 결국 나 자신이 그 작동의 외부에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에 가깝다.

화면에 반복되는 사각형들은 이러한 과정을 드러낸다. 각각의 형태는 차이를 가지고 있지만, 그 차이는 다시 하나의 형태로 고정된다. 그리고 고정된 형태는 다시 새로운 차이를 발생시킨다. 차이는 고정을 벗어나려 하지만, 그 차이 역시 또 하나의 고정으로 현실화된다.
나는 이 반복 속에서 차이와 고정, 변화와 지속이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작동 안에서 함께 이루어지고 있음을 경험한다.
그리고 차이가 지나치게 축적될 때, 나는 더 이상 각각의 차이를 하나의 의미로 붙잡을 수 없게 된다. 차이를 만들어내고 구별하던 의식의 작동이 스스로를 되돌아보기 시작한다. 그때 화면은 특정한 의미나 이미지를 향하지 않는다. 나는 오히려 그 의미화의 과정에서 벗어난 듯한 감응을 경험한다.
그것이 나에게는 무의 각성이다.

무는 차이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니다. 차이가 발생하고, 의식이 그것을 포착하고, 고정하고, 다시 그것을 넘어가려는 과정 전체 속에서 발생한다. 나는 무를 표현하려 하지 않는다. 무는 작업의 목적이 아니라, 사건과 차이, 그리고 그것을 현실화하는 나의 의식이 서로 작동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나타나는 각성이다.
따라서 나의 회화에서 중요한 것은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차이를 발생시키고 고정하려는 의식의 태도와, 그 태도를 다시 바라보게 되는 의식의 움직임이다.

나는 사각형을 그리면서 형태를 만드는 동시에 형태를 만들고 있는 나 자신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내가 만들어낸 차이와 그 차이를 만들어내는 나의 의식 사이에 놓인다.
그곳에서 나는 하나의 실존적 사실을 확인한다.
나는 사건의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작동 안에 있다.
그리고 무의 각성은 바로 그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즉 나의 의식이 자신을 하나의 고정된 주체로 붙잡는 것을 넘어 자신 역시 사건을 구성하는 하나의 작동임을 감각하는 순간에 발생한다.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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