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바람, 흙
이한정
전시기간 : 2026. 09. 18(금) ~ 10. 14(수)
신촌로 129, 아트레온 B1
작가노트
빛, 바람, 흙
해발 1100미터 고산 지대에 자리한 안반데기 마을은 계절의 흐름 속에 자연의 힘으로 밭을 일구고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터전이 자리한 곳이다. 경사면을 따라 단단히 일궈진 넒은 밭과 굽이치는 길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바라보며, 순간의 아름다움보다 오랜 시간의 흔적이 주는 감동을 느낀다. 자연과 사람의 손이 만나 대지에 만들어진 거대한 조각보와 같은 모습이 깊은 인상을 주었다. 밭 이랑에서 보여지는 반복적인 곡선의 형태는 자연스러운 리듬을 만들어내고, 멀리서는 하나의 커다란 색면으로 보이는 것이 가까이 다가갈수록 다양한 결의 색감과 깊이로 드러난다.
안반데기 마을을 소재로 한 ‘밭’ 시리즈는, 풍경의 기록과 재현이 아니라 그곳에서 경험한 햇빛, 바람, 흙 내음, 그리고 고요가 겹쳐진 감각의 층을 담아낸 작업이다. 찰나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그 안에 머무는 시간은 길고 느리게 흐르기를 바랐다. 자연과 인간이 오랜 시간 동안 서로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만들어낸 풍경 속에 숨겨진 시간과 감정을 발견하는 과정이 나의 작업이 되었다. 촘촘히 쌓아 올린 먹과 색의 중첩을 통해, 한순간에 완성되는 풍경이 아니라 긴 시간 형성되고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빛은 능선을 부드럽게 감싸고, 밭을 선명한 초록으로 물들인다. 빛은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며, 나는 그 빛의 변화 속에서 순간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자연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다양한 색감의 덩어리로 화면에 발현되었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나뭇잎과 풀잎의 움직임으로 존재를 드러낸다. 먹점과 먹점 사이의 공간은 공기의 층을 보여주고, 농담의 변화로 바람이 남긴 흔적을 표현하고자 했다.
빛과 바람이라는 자연의 힘과 사람의 손이 흙에 닿아 밭을 만들어내고, 그 밭에서 생명이 자란다. 흙은 생명을 품고 키워내는 터전이자 우리에게 안정감과 힘을 주는 존재이다. 흙이 밭으로 일궈지는 과정을 통해 인내와 성실함의 가치를 배운다. 화면에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마음으로 먹점을 하나하나 쌓아 올린다.
나에게 안반데기의 자연은 하나의 고정된 풍경이 아니라 계속 변화하는 생명체로 다가왔다. 이번 작업을 통해 그곳에서 마주한 빛과 바람, 산과 들의 순간을 기록하고, 생명의 고요한 울림을 담아내고자 한다.
작품
바람_화첩에 한지 꼴라쥬_17x164.5cm_2025
바람_화첩에 한지 꼴라쥬_17x164.5cm_2025
바람_화첩에 한지 꼴라쥬_25x134cm_2025
바람_화첩에 한지 꼴라쥬_25x134cm_2025
밭_한지에 수묵채색_33x53cm_2026(1)
밭_한지에 수묵채색_33x53cm_2026(1)
밭_한지에 수묵채색_33x53cm_2026(2)
밭_한지에 수묵채색_33x53cm_2026(2)
밭_한지에 수묵채색_35x70cm_2026
밭_한지에 수묵채색_35x70cm_2026
밭_한지에 수묵채색_35x70cm_2026
밭_한지에 수묵채색_35x70cm_2026
밭_한지에 수묵채색_35x70cm_2026
밭_한지에 수묵채색_35x70cm_2026
밭_한지에 수묵채색_38x38cm_2026
밭_한지에 수묵채색_38x38cm_2026
밭_한지에 수묵채색_40x50cm_2026
밭_한지에 수묵채색_40x50cm_2026
밭_한지에 수묵채색_41x53.5cm_2026
밭_한지에 수묵채색_41x53.5cm_2026
밭_한지에 수묵채색_45.5x61cm_2026
밭_한지에 수묵채색_45.5x61cm_2026
밭_한지에 수묵채색_45.5x61cm_2026
밭_한지에 수묵채색_45.5x61cm_2026
밭_한지에 수묵채색_50x73cm_2026
밭_한지에 수묵채색_50x73cm_2026
밭_한지에 수묵채색_50x73cm_2026
밭_한지에 수묵채색_50x73cm_2026
밭_한지에 수묵채색_53x80.5cm_2026
밭_한지에 수묵채색_53x80.5cm_2026
밭_한지에 수묵채색_61x41cm_2026
밭_한지에 수묵채색_61x41cm_2026
밭_한지에 수묵채색_97x162.5cm_2026
밭_한지에 수묵채색_97x162.5cm_2026
밭_한지에 수묵채색_130x130cm_2026
밭_한지에 수묵채색_130x130cm_2026
밭_한지에 수묵채색_130x130cm_2026
밭_한지에 수묵채색_130x130cm_2026
숲_화첩에 한지 꼴라쥬_20x196cm_2025
숲_화첩에 한지 꼴라쥬_20x196cm_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