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암랩소디_Cheoram Rhapsody


류 장 복

전시기간 : 2021. 09. 15 ~ 10. 09

신촌로 129, 아트레온 B1,B2


전시 작품


전시를 열며....

그때, 탄광촌 철암을 들락거렸던 당시에는 향수 어린 집착이 컸다. 압축 근대화에 따른 희생에 대해 막연한 부채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스러져가는 폐광촌에 막상 들어서니 연탄시대의 아련한 추억이 먼저 와락 달려들었다.


온통 검은 동네의 무거운 공기 속에 묵직한 사람의 살내음이 풍겨 났다. 열흘마다 서는 장터에서, 옹기종기 모인 아이들의 공부방에서, 앞마당 뒷마당 삼은 좁은 골목길에서, 뭉글뭉글 연기 피우는 산비탈의 판잣집 굴뚝에서, 검은 저탄장 너머 파란 하늘에서, 검은 물이 흘렀다는 철암천에서, 녹색 페인트가 벗겨져 벌겋게 녹슨 삼방동 철제 다리에서, 수십 개의 철로가 어지러이 지나가는 철암역에서, 철암로를 따라 다닥다닥 늘어선 상가의 빈집에서조차 짙은 살내음을 맡을 수 있었다. 어릴 적 서울의 미아리고개 넘어 변두리에 고여 있던 것들이었다.


풍경이 땅을 기반으로 펼쳐지는 광경이라면 풍광은 시공간을 점유한 흔들리는 빛 자체다. 철암은 그런 풍광으로 먼저 다가왔다. 흥청망청, 지나가는 개도 만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다는 활황기가 지나가고 연극이 끝난 무대처럼 덩그러니 남아있는 폐광촌 철암의 쾡한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뼈를 앙상하게 드러낸 채 죽을 자리를 찾아가는 노쇠한 사자의 허허로운 눈초리를 닮았다. 철암의 쇠잔한 숨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마다 연탄시대의 유년시절이 소환되었다. 과거는 끊임없이 현재와 포개졌고 도래하는 미래와 마주 서게 했다.


말로 다 못해 글로 쓰고 글로 다 못해 노래하듯이 사라지는 것들에게 경배의 잔을 든다. 이즈음 전에 없던 역병이 돌아 사람과 사람 사이가 뚝 끊어져 스산하기조차 한 여름 밤에 모기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았던 고원의 여름 철암을 떠올리며 디스토피아의 미래를 안주 삼아 지금.., 을 들이마신다.         -  2021.8.14 류장복




주식회사 아트레온 / 아트센터 / email_우석뮤지엄: thopy2@hanmail.net | 아트레온갤러리: kis3021a@hanmail.net / 연락처: 02-364-8900  FAX. 02-364-0707 / 

사업자번호: 111-81-01744 /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로 129 아트레온 12F 사무실 / 5F 우석뮤지엄 / B1, B2 아트레온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