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_아름다운 여백
금릉 김현철
전시기간 : 2023. 5. 17 ~ 6. 8
신촌로 129, 아트레온 B1,2
작가노트
여백의 미 _ 김현철
“언어학에서의 소통은 실상 소박한 것으로 반은 내가 누구에겐가 말하는 것이고 나머지 반은 내가 누군가의 말을 듣는 것이다.” 소통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시각 언어인 점, 선, 면, 색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 미술 활동의 소통도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창작자의 미의식이 결핍 또는 상실된 미술작품은 간혹 정보와 사실을 전달하는 일방적인 강요로 비칠 수도 있다. 정보와 사실의 전달은 어느 장르 어떤 언어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그러나 미술에서의 그것은 시지각적 조형 언어에 의한 미적 체험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주의 삼라만상에는 일정한 이치와 원리가 있다. 미처 헤아리지 못할 것 같은 변화무쌍한 자연현상도 그 나름의 질서에 따라 변화하며 움직인다. 이러한 규칙과 질서는 인간의 인식체계에 있어 중요한 원칙과 기본이 되었다. 자연계 일체의 규칙과 질서는 미술영역에서 조화, 균형, 통일 등의 주요한 조형언어로 표현된다. 주변과 조화롭고 균형감을 잃지 않은 어울림은 곧 아름다움이다. 부조화, 불균형의 상태에 이르면 무엇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이 불편하다. 아름답지 못하다. 세상 만물로부터 아름다움을 갖춘 미적 발견이 또한 창작자의 몫이라면 이를 향유하며 미적 체험으로 완성함은 감상자의 몫이다. 이는 인간이 오랫동안 미술작품을 가까이할 수 있었던 한 축이기도 하다.
산수풍경은 어디서나 어떤 형태로든 존재한다. 인간의 삶에 위로와 위안, 평화와 안식을 주는 대상이다. 산수에는 산, 물, 바람이 한데 어우러진 자연스러운 아름다움과 조화로운 기운이 있어 억지스럽지 않다. 하여 그에 대한 탐구와 예술적 표현의 역사는 면면히 이어져 오늘에 이른다. 조선 후기 문화절정기 진경 시대에서 비롯된 진경산수화는 ‘참된 풍경의 그림‘으로 대상의 사실적 표현을 넘어 예술적 형상화에 이른 것을 말한다. 곧 진경(眞景)을 그린다는 것은 대상의 본질에 접근해 이를 조형적 언어로 잘 어우러지게 형상화하는 작업이다. 나의 그림은 이러한 진경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제주도 사계리에 산방산이 있다. 높이 395m의 전형적인 종 모양의 화산인 이곳을 그동안 여러 차례 찾아 사생했다. 제주 남쪽의 상징적 장소인 산방산은 바다의 수평선 위에 우뚝 섰을 때 가장 진경다웠다. 제주에서는 대개의 진경이 눈높이의 수평선에 모두 녹아든다. 그림 속 넓게 펼쳐진 바다의 수평선 이편저편을 절제된 최소한의 조형 언어로 마감해 큰 여지를 남겨둔다. 여지는 곧 화면 속의 여백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대상들을 애써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감상자 스스로 빈 공간을 채우게 된다. 마침내 화가와 감상자는 이렇듯 진경 그림을 완성한다.
전시 작품
김현철_정방폭포_아사천에 수묵채색_91×233cm_2021
김현철_산방산_아사천에 수묵채색_91×233cm_2021
김현철_제주바다_아사천에 수묵채색_50×218cm_2021
김현철_제주바다_아사천에 수묵채색_91×350cm__2021
김현철_차귀도_아사천에 수묵채색_72.7×233cm_2021
김현철_제주_아사천에 수묵채색_45.5×130cm_2016
김현철_제주-협제_아사천에 수묵채색_65.2×182cm_2016
김현철_달마산 미황사_아사천에 진채_50×360cm_2017
김현철_태아장 고성_아사천에 수묵채색_91×273cm_2020
김현철_청량제색_아사천에 수묵채색_112×194cm
김현철_울산암서색_아사천에 수묵채색_112×194cm_2021
김현철_운문산_아사천에 수묵채색_97×388cm_2020 복사본
김현철_태산1_아사천에 수묵담채_33×53cm_2020
김현철_태산2_아사천에 수묵담채_33×53cm_2020
김현철_태산3_아사천에 수묵담채_33×53cm_2020
김현철_태산4_아사천에 수묵담채_33×53cm_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