畵話_말하는 그림


신 대 엽

전시기간 : 2023. 8. 19 ~ 9. 8

신촌로 129, 아트레온 B1,2


전시 서문


  


춘천은 참 복받았다는 생각을 했다. 현산 신대엽 화가의 다정한 시선이 이웃, 춘천을 담담히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쇠락해 가는 거리의 풍경도 있는 그대로의 풍경이겠건만 현산의 붓길이 지나가면 온기가 느껴진다.


떨어진 낙엽을 즈려 밟은 꺾어 신은 운동화, 컵라면 한 사발, 막걸리 한 잔, 담배 한 대를 손에 들고, 나무 깔판에 신문지를 방석 삼아 옷깃을 여미고 무릎을 그러모아 걸터앉은 샘밭장. 그 아래로 파도인 듯 구름인 듯 전통 문양이 은은하게 흐른다. 그냥 마을의 흔한 촌부인데 옅은 후광까지 곁들여진 그의 얼굴엔 해탈의 기운마저 감돈다. 켜켜이 쌓인 삶의 풍파가 고스란히 담긴 풍경에도 불구하고 지나간 삶을 긍정하게 하는 화가의 따뜻한 시선을 느끼는 건 비단 나만일까?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다 졸업 한 학기를 남기고 그만두었다는 작가는 10년의 공백기를 지나 동양화, 한국화의 길을 선택하며 다시 화가의 길에 들어섰다. 그의 선택에서 보여지듯, 그는 자기에게 맞는 작업이 무엇일지 고민하며 끊임없이 배움의 길을 걸었다. 서양화에서 돌이켜 동양화를 선택한 것도, 동양화 속에서 자기에게 맞는 작법을 찾아가는 길도, 고려불화를 흠모하고, 브뤼헐의 작품을 앙망하며, 북송 장택단의 <청명상하도>와 같은 그림을 그려보고자 하는 그의 바람도 아름다운 것을 향한 구도의 길에서 비롯된 다짐인 듯했다.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파악이 된 듯하다. 연습을 통해 익숙해진 기술로 그리는 것은 할 수 있었다. 타고난 재주는 없어도 정성만 들이면 되는 그림도 있는 것이다. 서양미술은 시각적인 반면에 동양은 문학적이라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이제 조금 동양적인 방식에 익숙해져 가는 것 같다. 아름다움에 대한 가장 단순한 접근과 표현으로 느껴진다. 나에겐 이것이 맞는 듯하다.” 작가의 말이다.

“바위산을 다녀왔을 경우, 서양화가는 바위산을 그리지만, 동양화가는 ‘그 바위산의 입구로 들어가 풀숲을 지나고 개울에 걸쳐진 돌다리를 건너고 나지막한 봉우리를 비껴간 뒤에 절에 당도했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듯 구성한다. 이런 구성이 바로 이미지보다는 ‘언어’에 가깝다고 하는 이유다. 구성뿐 아니라 묘사에 있어서도 이 나무는 이런 식으로 가지를 뻗고 이렇게 잎을 내고, 물은 이렇게 굽이친다고 표현한다. 엄밀한 관찰 뒤에 나오는 재창조다. 사진 같은 사실성은 아니지만 실재라고 느끼게 만드는 방식이 동양화의 특징이다.”


그래서일까? 현산의 작품은 풍경화이되 풍경만 보여주지 않는다. 풍경과 사람과 그 사이를 흐르는 공기가 있고, 거기엔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있다. 또한 현산이 그려낸 사람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냥 자화상(自畵像)이 아닌 자화상(自話像)인 것이다. 이것이 현산이 동양화의 길을 선택한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과거 없는 현재는 없는 법이다. 찰나의 풍경도 수많은 과거의 이야기가 얽히고설킨 풍경이다. 한 사람의 지금도 켜켜이 쌓인 삶의 굴곡들이 담긴 지금이다. 현산만큼 그 역사를, 섬세한 묘사와 상징, 채움과 비움, 색감과 분위기를 통해 이야기하는 작가를 드물게 본다.


우리의 산하, 우리의 이웃을 ’다정한 시선으로 재창조’해 낸 현산의 작품이 말을 건넨다. 오래 그림 앞에 시선이 머무는 이유다. - 아트레온 갤러리

작가노트


  

연전에 친구들과 각자의 5년 뒤의 계획에 대해 얘기를 해보자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내가 “고려불화 급의 작품을 그려 보겠다,”고 했었다. 

그날 이후 고려불화에 대한 강박이 생겼다. 

16세기 북유럽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브뤼겔의 작품들, 

북송의 장택단이 그린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 같은 그림도 그려보고 싶다.  

사라지는 시장의 북적 거리는 모습, 하교하는 아이들이 모여있는 구멍가게, 골목에 뛰어나와 노는 아이들, 

단원 김홍도가 그랬듯이 우리의 산하, 우리 이웃의 사는 모습들을 다정한 시선으로 담담하게 그려보고 싶다.



전시 작품


작가 약력



신대엽 玄汕 申大燁 Shin Daeyoup

홈페이지 : painters.co.kr

메일 : iloim@naver.com


경력


2021 김유정의 사람들 제작(김유정문학촌)

2019 춘천의병전도 제작(의암류인석기념관)

2018 춘천 의병 초상 19점 제작(의암류인석기념관)


개인전


2021 개인전 탈출 the art of escaping (이은당)

2019 개인전 그림이 된 사람들 (카페 느린시간)

2019 개인전 Who I Am (이은당)

2018 개인전 Studio Hermit Woods (이은당 오픈스튜디오)

2017 개인전 약사 신대엽 (봄빛 카페)

2011 개인전 꽃과 새들의 초상 (목인갤러리)

2008 개인전 신대엽 개인전 (갤러리 스페이스공)

2005 개인전 신대엽 개인전 (춘천미술관)

2003 개인전 신대엽 개인전 (춘천미술관)


그룹전


2021 백두대간 한라산을 품다 (국립춘천박물관 신관 2층 전시실)

2021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갤러리 문)

2021 PLAS 2021 조형아트서울 (Coex Hall B)

2021 BAMA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Bexco Hall 2&3)

2021 역발상전 춘천시 문화도시선정기념 특별교류전 (문화공간 역)

2020 예술의전당 가을 예술장터 (한가람디자인미술관)

2020 꿈꾸는 춘천 (문화공간 역)

2020 강원미술 한마당 (춘천문화예술회관)

2020 리얼리즘 오늘! (춘천문화예술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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