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디로 가시죠?


강호성

전시기간 : 2024. 5. 23 ~ 6. 12

신촌로 129, 아트레온 B1



작가 노트


  

  나는 어린 아들의 수많은 사진들 가운데 특별히 눈에 띄어 선택한 인물(아들)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꾸며왔다. 촬영 당시 아들의 사연과, 이미지 선택 과정에서의 목적과, 완성된 작품에서의 주제는 모두 다르지만 나의 취사 안에서 세 과정은 한 인물로서 동일하다. 즉 사진 속의 인물은 동세로 드러나고, 동세의 아름다움을 이유로 선택하고, 동세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구성된다. 이 과정에서 부자연스러운 의상과 배경 따위는 필요에 의해 대체되거나 삭제된다. 결국 하나의 인물만 남아 나의 동화적 판타지 안에서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한다.

  새 작품을 구상하면서 아들의 사진들을 검지로 넘겨보던 중에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표정을 한, 반짝이는 눈동자와 싱그러운 미소, 그리고 화면 밖을 향한 공허와 우수의 시선을 가진 나였다. 최근 몇 년의 사진들 안에는 포커스 바깥의 내가 수없이 등장한다. 

 

  인생의 길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 때, 많은 사람들은 방황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우리는 불안과 우울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 때, 자신을 위로해주고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존재를 필요로 한다. 나에게는 가족이 그런 존재이다. 책을 읽거나 산책하는 시간도 나에겐 소중하다. 이것들은 나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제공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준다. 또 인생의 아름다움을 가르쳐주고, 나에게 옳은 방향을 제시해준다. 많은 사진 속의 천진난만한 아들에게 있어서 나는 그런 것이었을테다. 아들과 함께 걷는 길에서 어디로 가느냐고 물을 때 완벽한 신뢰를 주었던 순도 높은 사전이었다. 


  회화의 아름다움은 그것을 제작하는 이의 체취에서 나온다. 작품에 남은 안료의 흔적을 통하여 붓질의 제스쳐가 드러나고, 움직임의 축적이 시간 안에서 퇴적되어 화지의 무게가 된다. 비단의 얽힌 실은 매우 단단하여 많은 무게를 견딘다. 따라서 비단은 수없이 많은 붓질을 수용하고 다양한 안료를 허락한다. 실과 실 사이에 다채로운 안료를 고착시키는 과정은 그 자체로 예술이 되지는 않지만, 하나의 붓질 없이는 온전한 그림이 되지도 못한다. 

  지금 우리가 걷는 걸음도 마찬가지다. 열 걸음, 백 걸음 걸어봐야 내가 소망하는 이상향에는 닿지 못한다. 그러나 목적 없는 행진이라도 분명히 지금과는 다른 공간으로 안내할 것이다. 내가 걷는 길에 의미가 궁금할 때, 좋은 질문이 있다. 

  

  “어디로 가세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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