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의 봄


김현철, 박항률, 송윤주, 이은경, 이인, 이태량, 전지연

전시기간 : 2024. 3. 21 ~ 4. 11

신촌로 129, 아트레온 B1 

작가 노트


  

김현철

청량산 청량사, 저렇듯 정연한 사찰의 모습을 구름 아래로 두어 굽어보게 하고, 산 높은 곳에 낙락장송들 구름 위로 솟아오르게 두니, 그 소나무들도 도량인 양 숭고하고, 절 마당 석탑은 작게 보여도 형형합니다. 화폭 전체를 감싸고 도는 ‘자연이라는 선신(善神)’을 감득(感得)하게 합니다. 크고 은은한 즐거움을 느낍니다.

중심 오브제라 할 수 있는 청량사 절 건물과 높은 산 구름 위 장송들은 오히려 화폭의 변두리로 가져다 놓고, 그림의 중심 공간은 빈 듯 채워진 듯 무량(無量)하게 허허로워서, 나는 그걸 '무념무상(無念無想)'으로 읽습니다.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내 영성 안으로 불어 옵니다.  - 박인기 교수


박항률

나에게 그림이란 언제나 의심투성이 바깥세상으로 열려진 창문을 굳게 잠그고 지루하게 가면놀이에 몰두하는 독백의 방이다. 늘 번잡한 생각들로 하염없이 꼬리를 물고 뒤척일 때면 마음 저편에서 자발적인 형상들이 너울너울 날아들고 이내 모양새와 빛깔들을 짐작하게 된다.

이즈음이면 붓을 들어 마치 침범할 수 없는 금단의 땅으로까지 여겨지는 빈 화폭과 어려운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나의 밀실, 빈 화폭에 공허한 질책과 메아리가 가득 차고 스스로 윤곽을 매몰시키는 새벽 안개처럼 침묵이 고여들면 확고한 물음표 대신 포괄적인 상징과 은유들로 메워진다.


송윤주

음력 2월 상무(上戊)일날 제를 올린다. 

토신과 곡신에게 염원한다. 

“쌀보리쌀쌀쌀쌀보리보리쌀쌀보리쌀쌀쌀쌀보리보리쌀…” 

땅 위로 무언가 솟아오른다. 풍요와 안녕을 상징하는 씨앗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이은경

나는 묘리(妙理)와 선도(善導)를 구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린다. 많은 연습으로 체득한 직관의 필선으로 소나무를 그린다. 

소나무는 바람 속의 소리를 머금은 까닭에 먼저 잘려지기를 꺼려서 고의로 몸체를 구부렸지만, 내면의 올곧은 성품은 그대로 간직되어 있다고 한다. 소나무의 강함이 양에서 음으로의 순환으로 느껴지고, 이 기운을 간직한 솔잎이 여백으로 확장되니 발묵과 필선으로 나만의 천성과 감성들을 조합하여 소나무를 그린다.


이인

봄날 동백은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 사이에서 붉은 풍경을 만들고 있다. 긴 겨울을 견뎌 낸 동백은 허공에 매달려 있거나 땅 위에 떨어져 있거나 했고 작은 바람에도 꽃잎은 하늘을 날고 있다. 물오른 꽃대와 노란 꽃 밥 사이의 알싸한 냄새는 코끝의 신경을 자극했고 꽃잎의 시큼한 맛은 묵은 김치에 올린 홍어 한 점을 떠 올리게 한다. 

다초점 안경 너머 본 한 무더기 동백의 핏빛 붉음은 한바탕 난장 후의 흥건함도 닮아 있다. 봄날 동백은 켜켜이 쌓아 온 깊고 깊은 정한을 들추어내있다.


이태량

명제는 참 또는 거짓이 분명한 문장을 말한다. 철학이나 과학, 윤리학 등의 학문이 명제를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면 명제 너머, 사유 너머에 있는 것들은 예술형식을 통해야만 한다. 

하지만 사고의 한계는 곧 언어의 한계, 언어 없이 생각할 수는 없다. 세계에는 ‘말할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이 있는데 그림은 '알 수 없는 또다른 실재'에 대한 호기심의 산물이자 표현의 한계를 인정하는 자기 고백이 되어야 한다. 한계 너머의 무의미(말할 수 없는 것)는 표현될 수 없어서 사고의 표현에 한계를 긋고 침묵해야 한다.

내 그림은 중요하지 않다. 거기엔 아무것도 없으며 주장하는 바 없다. 정작 중요한 것은 내 그림 밖의 모든 것들에 있다.


전지연

얼개는 유기체이며 나의 모습이고 우리들의 살아가는 모습이다. 얼기설기한 얼개의 구조는 우리의 강함과 약함의 양면성을 내포하며 비움과 채움을 반복하는 인생철학이 담겨 있다. 얼개는 본향을 찾아가는 여정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통로이며 나에게는 영감의 근간이 된다. 사람들이 다양한 것처럼 각각의 얼개의(유기체) 형태 또한 다양하다. 이러한 얼개들이 모여서 사회를 이루고 때로는 축적되면서 파생되는 에너지는 나의 노력과 누군가의 노력의 결과물이 된다. 

얼개에는 다양한 색들이 존재한다. 본연의 색과 시간의 축적으로 얻게 되는 색들의 충돌과 혼재 속에서 살아간다. 때로는 희망의 색으로, 고독이라는 색으로, 또는 슬픔이나 기쁨의 색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얼개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름다운 색들을 지향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여기서 아름다움이란 선함을 의미하며 나를 인정하고 타인을 인정하는 이타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작품의 제목인 Flowing 처럼… 

얼개의 조형적 형태는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한다. 구조물의 축소와 확장 그리고 단순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색면층을 사용하고 있다. 나는 여러 겹 올려진 색면과 색면 사이의 경계의 아슬아슬함을 즐기며, 자작나무 오브제는 얼개를 평면의 대상에서 촉감의 대상, 시각적인 확신의 대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사용하기도 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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